아브라함이 아내를 팔았다고?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게는 두 번이나 아내 사라를 아내가 아니라 누이라고 속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믿음의 조상이 자신의 아내를 두 번이나 누이라고 속이는 일을 행했을까 싶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요? 왜 아브라함이 그런 일을 행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고 갈데아 우르에서 출발하여 하란을 거쳐 지금의 이스라엘 땅인 가나안에 이르게 됩니다. 가나안땅까지 오는 길에 있었던 땅은 모두 비옥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풍성한 땅을 모두 지나치게 한 후에 거친 유대 광야가 시작되는 세겜에 이르렀을 때 그곳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그것은 그 땅은 유대 광야의 시작이라 거칠기도 했지만 그해 기근이 있어서 그곳에서 살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아브라함은 살길을 찾아 이집트까지 내려갔습니다. 아브라함은 세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낮선 이집트에서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두려워했습니다. 그 중에서 자신의 아내인 사라의 미모가 워낙 출중했기에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고 아내를 빼앗아 갈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이 꾀를 낸 것이 자신의 아내를 누이라고 속이는 것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그의 아내의 미모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소문은 소문을 나아 급기야 이집트의 바로에게까지 들렸습니다. 바로는 아브라함에게 지참금을 주고 사라를 자신의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이에 하나님은 이집트의 바로에게 재앙을 내렸고 사라를 돌려받게 됩니다. 그 이후에도 아브라함은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으로 인해 서쪽으로 이주해 블레셋 땅에 거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도 자신의 아내를 누리이라고 속여 그 땅의 왕 아비멜렉에게 자신의 아내를 빼앗겼습니다. 블레셋의 아비멜렉도 정당하게 아브라함에게 지참금을 주고 그의 아내를 데려왔으나 하나님께 책망을 받고 돌려주었습니다. 아브라함은 그의 아내를 두 번이나 누이라고 속여 왕들의 아내로 보낸 대가로 지참금을 받아 부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이런 모습을 볼 때 그는 자신의 아내를 팔아 부자가 된 사람으로 취급하며 사내답지 못한 자라고 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 알지 못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아브라함은 아내야 어찌되든 자신만 살기를 원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버는 자가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당시 문화를 이용해 자신과 그의 아내를 지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을 때 그와 함께 있는 사람에게 여인과의 관계를 물었습니다. 이 때 여인과 함께 있던 남자가 그 여인을 자신의 아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 여인의 남편을 죽이고 여인을 납치해 갔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이웃들에게 영웅대접을 받았습니다. 한 부족을 몰살시키고 족장의 아내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인과 함께 있던 사람이 그 여인을 자신의 딸이나 누이라고 말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여인이 그 남자의 아내나 딸일 때는 상대 남성은 그 남자에게 지참금을 얼마나 주어야 그 여인을 얻을 수 있는지 묻습니다. 이 때 그 남자는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 여인의 몸값을 아주 비싸게 불러 상대로 하여금 여인을 포기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지참금을 주지 않고 조금 전에 언급한 결혼한 여인처럼 남자를 죽이고 여자를 끌고 가면 그는 그가 사는 공동체에서 살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여인을 데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의 문화 속에서 여인이 함께 있던 남자의 누이이거나 딸일 때는 반드시 지참금을 제공해야 했습니다. 이 말은 자신과 아내의 생명의 선택권을 상대에게 주지 않고 자신이 갖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러니까 아브라함은 자신과 자신의 아내 사라의 생명을 죽이고 살리는 일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주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으려는 의도로 자신의 아내를 누이라고 속였던 것입니다.
그의 대를 이어 족장이 되었던 이삭도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내려가다가 이집트로 내려가지 말고 내가 명하는 땅에 거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블레셋의 그랄 땅에 거한 적이 있습니다. 그도 이 때 아버지 아브라함처럼 자신의 아내를 누이라고 속였다가 블레셋왕 아비멕렉에게 자신과 아내 리브가의 관계를 들켜 아비멜렉에게 책망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로 아비멜렉은 백성들에게 이삭의 아내를 건들지 못하게 하는 명을 내려 이삭은 더 이상 자신의 아내를 누군가에게 빼앗길까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은혜를 얻었습니다.
아브라함과 그의 아들 이삭은 자신들의 아내를 누이라고 속이는 일을 통해 주변의 강대한 족속들 속에서 자신과 아내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은 그들이 아내를 팔아먹고 그 일로 재물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아내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브라함은 당시의 문화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아브라함을 욕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