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에 줄을 맸다고?
이스라엘에는 중요한 절기가 있습니다. 레위기 23장에 그 절기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를 이스라엘의 3대 절기라고 합니다. 무교절, 맥추절, 수장절입니다. 이 중에 무교절과 맥추절은 봄절기라고 하는데 이 봄절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나누면 무교절은 유월절과 초실절이 함께하고 맥추절은 오순절, 칠칠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 절기 중 가을절기는 수장절인데 이 수장절도 초막절, 장막절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초막절 전에 두 개의 절기가 더 있습니다. 그들의 종교력 7월에 해당하는데 이 달의 첫째 날인 7월 1일은 나팔절이라고 하여 신년을 알리는 절기로 지키고 7월 10일은 대속죄일이라고 해서 1년에 한번 모든 백성들의 죄를 속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7월 15일이 초막절이 되는 것입니다. 이 가을 절기 중에 대속죄일에 하는 일들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한국교회는 언제부터인가 대속죄일에 대제사장이 성전에 들어가 짐승의 피를 뿌릴 때 죽을 수도 있다고 가르침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혹시나 대제사장이 자신도 모르게 부정해져 있다가 지성소에 들어가면 죄를 싫어하시는 하나님의 진노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대제사장이 지성소에 들어갈 때 그의 발목에 줄을 매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하나님 앞에서 부정한 모습이 있으며 죽게 되는데 그 때 밖에서 줄을 잡아 당겨 그 시체를 끌어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그가 죽은 것을 아는 방법은 대제사장이 입고 있는 에봇 받침 긴 옷 때문입니다. 그 옷에는 순금으로 만든 방울과 실로 석류모양을 만들어 서로 간격을 두어 번갈아 달았습니다. 그래서 대제사장이 움직일 때마다 방울 소리가 났는데 그 소리가 나지 않으면 그가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이야기는 성경에 전혀 없습니다. 없을 뿐 아니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도 없는 이 이야기는 13세기 유대 신비주의자들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누가 언제부터 이런 것을 가르쳤는지 궁금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말에 대해 성경이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지 조사하거나 점검하지도 않고 가르친 우리들이 문제입니다. 저도 전도사 초년 때 위와 같이 가르쳤으니 저도 공범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성경강좌를 하다가 레위기 16장의 대속죄일 규례를 가르치면 듣는 이들이 하나같이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성경을 읽다가 받은 충격을 그들도 받은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대속죄일에 대제사장의 복장은 어떨까요? 레위기 16장 3절에서 5절의 말씀을 보면 “아론이 성소에 들어오려면 수송아지를 속죄제물로 삼고 숫양을 번제물로 삼고 거룩한 세마포 속옷을 입으며 세마포 속바지를 몸에 입고 세마포 띠를 띠며 세마포 관을 쓸지니 이것들은 거룩한 옷이라 물로 그의 몸을 씻고 입을 것이며 이스라엘 자손의 회중에게서 속죄제물로 삼기 위하여 숫염소 두 마리와 번제물로 삼기 위하여 숫양 한 마리를 가져갈지니라”라고 하였습니다. 대제사장은 그날 세마포 속옷을 입고 세마포 속바지를 입으며 세마포 띠를 띠고 세마포 관을 쓰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평소에 대제사장이 활동할 때 세마포 속바지를 입고 그 위에 세마포 속옷을 입으며 청색으로 된 에봇받침 긴 옷을 입은 후에 에봇을 걸쳤습니다. 머리에는 세마포 관을 썼고 그 위에 “여호와께 성결”이라고 쓴 금패를 했습니다. 이러한 복장은 평소에 대제사장으로 활동할 때 입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은 에봇받침 긴 옷과 에봇 그리고 금패를 벗고 순전히 세마포 옷만을 입고 여호와 앞에 나아갔습니다.
이날 대제사장에게 세마포 옷만을 입게 한 것은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자는 그가 대제사장이라 해도 겸손하며 정결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평소에는 하나님을 대신하여 백성들의 죄를 사해주는 역할을 행했지만 이 날은 그도 하나님 앞에서 용서받아야 할 자로 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날 대제사장은 지성소에 네 번 들어가게 됩니다. 한번은 지성소에 속죄소를 가리기 위해 피운 향을 집어넣기 위해 들어가고 두 번째는 자신과 집안을 위해 속죄한 수송하지의 피를 속죄소에 뿌리기 위해 들어가고 세 번째는 백성들의 죄를 속하기 위해 숫염소의 피를 속죄소에 뿌리기 위해 들어가며 마지막으로 속죄소를 가리기 위해 피웠던 향을 가지고 나오기 위해 들어갔습니다. 히브리서 9장 7절을 보면 “오직 둘째 장막은 대제사장이 홀로 일 년에 한 번 들어가되”라고 하여 한번 들어간다고 하고 있지만 이는 백성의 죄를 위하여 드나든 횟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절차를 하나의 통합된 행위로 보고 한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백성들의 죄를 위해 매년 세마포 옷을 입고 짐승의 피를 가지고 들어갔던 대제사장의 속죄의식은 백성들의 죄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의 흘리신 피를 통해 단번에 우리를 죄를 사하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9장 12절에서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