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통독, ‘레위기’의 장벽을 넘어 1독으로 가는 길

크리스천투데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이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 2011.02.07 06:30
 
새해 결심했던 성경통독, 잘 하고 계십니까

새해 계획 중 하나로 ‘올해는 기필코 성경 1독’을 꼽는 성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실패 사례가 뒤따르기에 이같은 계획을 세우는 성도들이 많은 게 현실.

 

1년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한 번 읽는 게 ‘이론적으로는’ 어렵지 않다. 매일 하루에 3장, 주일에 5장(또는 평일 3장, 주말 4장)을 꾸준히 읽기만 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다들 ‘하다가 중지곧하면 아니함만 못함’을 알면서도 성경을 놓아버리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레위기의 ‘미친 존재감’이 적지 않은 성도들에게 성경통독을 포기시키면서 ‘성경은 재미없다’는 인식까지 덤으로 안겨주고 있다. 천지창조를 비롯해 노아,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과 요셉, 모세 등 인물과 이야기 중심의 창세기와 출애굽기 전반부가 지나면서, 율법과 제사 방식이 등장하는 출애굽기 후반부부터 ‘좌절’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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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경통독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열심히 성경을 읽고 있는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용어도 어려운데다, 계속 반복되기까지 하니 새해 결심은 이 대목에서 중대 고비를 맞는다. 매일 3장씩(주일 5장) 읽으면 1월 말-2월 초쯤 레위기와 민수기에 접어드는데, 한 달 정도 성경을 읽다 이쯤 되면 조금씩 포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건 이 때문이다. 물론 레위기를 꿋꿋이 읽어 나가는 성도들도 적지 않지만, 레위기를 아예 건너뛰거나, 잘 아는 시편·잠언·전도서, 신약성경부터 읽는 등의 방법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성경통독 1회 이상 경험한 성도들 대부분이 ‘레위기’에 대해 “그냥 읽는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죽 훑어내려간다”고 토로하고 있다. 읽는다기보단 넘기는 데 치중하고 있는 것. 가히 ‘통곡의 벽’이라 할 만하다. 물론 레위기 뿐만 아니라 지리한 논쟁을 벌이는 욥기나 구약의 대선지서(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다니엘) 등지에서 또 한 번의 고비는 찾아온다. 금방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예언적인 내용이 많은데다 장별 분량이 급격히 늘어 하루 3장씩 읽는다 해도 평소 분량의 2배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성경통독, 왕도는 역시 ‘없다’?

 

여기에 대해 성경통독 전문가들의 입장은 어떨까. 이들은 대부분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단절한 채 집중적으로 성경을 읽으면서 전체를 관통하도록 연대기 순으로 성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읽기 자체가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 1977년부터 지리산 자락에서 34년째 성경통독 강좌를 인도하고 있는 ‘원조’ 노우호 목사(에스라하우스 원장)는 “많은 사람들이 성경통독을 하면 무슨 유익이 있을 줄 알고 있지만, 실상 통독만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며 “성경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한 번이라도 읽어보았다는 만족감 외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는 말이 정직한 고백일 것”이라고 말한다.

 

노 목사는 “집에서는 우리의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이 있어 혼자 집에 가서 성경을 읽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대신 성경통독을 위한 안내서적을 읽거나 강의 녹음을 들은 후 성경을 읽으면 레위기 뿐만 아니라 에스겔, 다니엘, 심지어 요한계시록까지 훤히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에스라하우스 포로수용소’에 입소하는 것”이라며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휴식 없이 30분간 식사하는 강행군 가운데,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바치고 노력해야만 진정 하나님의 뜻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6년째 목회자와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성경통독 사역을 하고 있는 황규관 목사(스토리바이블 성경통독원장)도 “성령의 은혜로 불이 붙어 뜨거워진 사람 들이야 누가 뭐래도 성경을 읽겠지만, 언어와 문화의 문제로 성경을 ‘안내자’ 없이 읽기란 쉽지 않다”며 “모르는 길도 안내자가 함께한다면 쉽게 곧장 갈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황 목사는 “오히려 이단들은 성경을 가르치는데 한국교회는 제자훈련은 해도 성경공부는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성경이 말하는 깊은 의미들을 많이 놓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위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해법은

 

▲렘브란트의 <성경 읽는 노부(老婦, 1631)>.
하지만 성경통독을 위해 며칠씩 시간을 비울 수 있는 성도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임을 감안할 때, 평신도들 생활에 자리잡은 큐티와 함께 성경읽기는 세상 속 그리스도인의 영성과 신앙 유지에 큰 유익이 있어 포기할 수 없는 덕목이다.

 

그러므로 ‘포기할 수 없는’ 성경통독에 성공하려면 전문가들의 발언에서 보듯 ‘우리가 잘 모르는’, ‘남 얘기 같아서’ 등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바이블맵-당신이 성경에 대해 알고 싶었던 모든 것(포이에마)>의 저자 닉 페이지는 “레위기는 일차적으로 거룩함에 관한 책이고, 제사와 제사장, 정결함, 음식·성·행위, 예배, 순종 규칙과 규정에 대한 내용이 나와있다”며 “대부분 어렵고 지루하다고 보지만 보석이 숨겨져 있다”고 전했다. 성막에서 벌어지는 의식과 의례에만 매달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 특히 ‘희년’의 개념에 주목하면서 “다른 어떤 시대와 비교해서도 혁명적인 정치경제 개념”이라며 이러한 내용들을 살필 것을 주문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예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등의 저자 필립 얀시 목사는 <별미 성경여행(요단)>에서 레위기에 대해 “이 책은 성경 다른 부분과 달리 등장인물도, 이야기도, 시도 찾아볼 수 없고 사소한 규칙과 절차들만 가득할 뿐”이라며 “레위기의 복잡한 의식은 핵 기술을 둘러싸고 있는 절차와 매우 흡사한데, 이 유사점을 잘 생각한다면 레위기를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원자력 분야 작업자와 구약의 제사장이 공통점이 많다는 것. 필립 얀시는 “레위기는 원자력발전소 종사자가 읽어야 하는 훈련교본이나 마찬가지인데, 레위기가 다루고 있는 위험은 원자력보다 더욱 강력하다”며 “어떻게 우주의 창조자인 전능하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 원자로 훈련교본은 한가할 때 읽으면 지루하겠지만 운전중인 원자로 곁에서 읽는다면 정신을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레위기도 그 뒤에 숨어있는 멋진 소식, 즉 하나님이 작고 보잘것 없는 한 부족의 생활에 개입하셨음을 깨닫지 못한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 걸맞도록 그들의 삶과 음식, 성, 경제생활 등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었다”고도 했다.

 

예레미야와 요한계시록도… 알고 읽으면 ‘쉽다’

 

황규관 목사는 “레위기는 아주 간단한 구조로 돼 있다”며 “앞의 5장은 제사 종류와 방법, 다음 5장은 제사를 집례하는 제사장들에게 주는 규례, 이후에는 제사를 지내는 모든 백성들이 지켜야 할 규례를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목사는 “우리나라에서 집안마다 지내는 제사와 비교해 보면 레위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특히 레위기의 주제는 ‘거룩(19:2)’으로, 이는 레위기에서 ‘구별’로 나타난다”고 했다. 하나님을 섬기는 데서부터 먹는 것 하나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백성들은 구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결국 레위기도 그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찾아야 한다”며 “이를 통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now here)와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노우호 목사는 성경 읽기에 대해 “어떤 책의 무슨 내용이든 기록된 배경이 있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읽기만 하는 것은 미련한 일”이라며 “언제(When), 어디서(Where), 누가(Who), 누구에게(Whom),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 이 책을 기록했는지 기본적인 안목을 갖고 읽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노 목사는 “성경을 한번 통독한다고 내용을 다 알 수는 없다”며 “개역한글성경은 분량이 1754쪽이나 되는 방대한 책이므로, 보통 10여 차례는 반복해서 읽어야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도 했다.

 

황규관 목사는 성도들이 어려워하는 예레미야와 요한계시록에 대해서도 약간의 도움말을 첨가했다. 모든 글은 그 구조를 알면 좀더 쉬워지는데, 예레미야의 경우 1-25장이 소명과 설교, 26-38장은 예레미야가 당한 살해위협, 나머지는 예루살렘의 함락을 기록하고 있다. 예레미야는 살구나무·끓는 가마 환상으로 소명을 받고 나가서 외치게 된다. 성전이 강도의 굴혈이 돼 심판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반드시 임한다는 것. 그 원인은 지도자들의 잘못이고, 이는 거짓 선지자들 때문이다. 이렇게 멸망을 외치다 살해위협을 당하지만 하나님은 그를 지키시고, 결국 성전은 파괴되고 예레미야는 예루살렘 함락 이후 열방에 대해 심판의 예언을 전한다.

 

황 목사는 “요한계시록만큼 말이 많은 성경이 없지만 전혀 어려운 책이 아닌, ‘복음 중의 복음’이라 할 수 있다”며 “성경 66권을 성령께서 기록하셨다면 창세기부터 유다서까지 한 방향으로 말씀하시다가 결론 부분에서 다른 말씀을 하실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요한계시록은 한 마디로 ‘이기라’는 말씀이다. 이 단어는 17회나 등장하는데, 그리스도께서 교회와 사자를 붙들고 계시니 이길 수 있고, 이를 위해 이긴 자들이 장차 얻을 하늘의 영광을 보게 하시면서 성도를 핍박하는 자들과 사탄이 받을 영원한 심판을 예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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