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가 죄인 중의 대표라고?
예전에 전도사로 있던 교회에 세무사가 있었습니다. 그분과 친밀한 관계에 있었던 분들은 농담 삼아 “죄집사”라고 불렀습니다. “죄인 중의 대표 집사”란 뜻입니다. 이 소리를 듣던 집사님은 기분이 좋을 때는 자신도 스스로 나는 죄집사라고 했다가 마음 상태가 안 좋을 때는 그렇게 부르는 것을 싫어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집사님을 죄집사라고 부른 것은 그분이 정말로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성경에 죄인의 대표로 세리와 창기를 들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 것이 있습니다. 지금의 세무공무원과 당시 세리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처음 로마의 폼페이우스가 이스라엘을 점령했을 때는 세금을 면제해 주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스라엘도 세금을 내야했는데 로마시대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많은 세금을 내야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마의 세금 징수는 백성들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두었던 이유는 로마는 납세의 국가였고 납세자만이 권리를 가질 수 있었으며 세금을 내는 수준에 따라 사람의 등급을 매겼습니다. 그러기에 속국으로 파견된 관리들은 주로 세금 징수, 영토 방어, 공공질서 유지와 같은 로마와 이해관계가 맞물린 일에만 집중하였습니다. 또한 귀족들은 자신이 내는 세금을 발판으로 지방정치나 제국의 정계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세금을 거두기 위해서 착취하였고 그 결과 백성들의 삶은 처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로마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세금을 거두었습니다. 인두세와 소득세가 그것입니다. 인두세는 사람의 머리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그 대상에는 예외가 없었습니다. 자유인이든 노예든 상관없이 12세 이상의 여자와 14세 이상의 남자부터 거두어 들였고 65세가 되면 납세의 의무를 벗었습니다. 이 일을 위해 정기적으로 인구조사를 했습니다. 그래야 세수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구를 조사한 일은 성경에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실 때 로마는 유대에 인구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누가복음 2장 1절과 2절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하였으니 이 호적은 구레뇨가 수리아 총독이 되었을 때에 처음 한 것이라”라고 한 것입니다. 여기서 가이사 아구스도는 로마의 일대황제였던 옥타비아누스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소득세는 주로 토지를 대상으로 부과되었습니다.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생산한 곡물의 십분의 일, 과일은 오분의 일을 세금으로 내야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공식적인 세금이었고 비공식적인 세금이 백성들의 허리를 휘게 했습니다. 이렇게 공식적인 세금을 거두어 로마에 냈고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주체인 세리들의 생활과 운영을 위해 돈을 거두어 들였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명목으로 착취를 행했습니다. 이렇게 착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도상의 문제 때문입니다. 로마인들은 절대 세금을 직접 거두어들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로마의 원로원이나 행정관들은 사업이나 무역에 종사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매라는 방법을 통하여 세금을 거두어 들였고 경매는 매 5년마다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사람이 선정되었고 그는 세금 징수원을 고용해서 세금을 거두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마태는 세리였고 여리고의 삭개오는 경매를 통해 권리를 얻어 낸 세리장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자신이 써낸 금액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야 자신에게 이익이 생겼습니다. 당연히 고정으로 거두어 로마에 상납할 세금 외에 더 많은 항목의 세금을 만들어 거두어 들여야 했습니다. 그러기에 세리들은 로마 정부에 상납해야 할 액수와 자기 이익을 채우기 위하여 모든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수출입 항구에서 거두었던 관세, 도로를 이용하는 사름들에게 거두었던 통행세, 다리 앞에서 거두었던 다리이용세, 지금의 주민세에 해당하는 시민세, 고기 잡는 어부들에게서 거두어들이는 고깃세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기에 여행객, 보부상, 대상 등과 같이 도로를 통해서 이동하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세금 내느라 허리가 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때론 짐마차의 바퀴 숫자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였고 마차를 끄는 동물에도 세금을 매겼습니다. 지금의 자동차세에 해당되죠. 심한 것은 노상에서 보행자를 불러 세우고 그 짐을 풀게 한 후 그 속에 있는 내용물들에 대해서 세금을 부여하는 착취를 빈번하게 저질렀습니다. 세금을 지불할 수 없는 경우엔 돈을 빌려주어서 세리가 고리대금업자를 겸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였습니다. 그들이 당하는 고통이란 이루 말 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기에 세례요한은 세례를 받으러 나온 세리들에게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라"(눅3:13)라고 말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