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부터 학부 동기 4명의 목사들이 자신들의 자녀들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했습니다.
방학을 하면 자녀들을 위해 시간을 쓰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목회자 자녀들은 교회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여름이나 겨울의 휴가(?)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회자들은 가족에게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아니 쓰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도 목회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내와 자녀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도 목회의 일부라고 여기고 몇일은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자는 것이었죠
지난해 여름은 목회자 자녀 수련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2박 3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녀들은 목회자의 자녀로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나누고 자신들끼리 위로하며 격려했습니다.
수련회가 끝나고 자신들만의 카페를 만들고 문자를 나누었습니다.
부모들은 그동안 모르던 자녀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 우리 통독원에서 2차로 진행했고
올 여름은 밖으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텐트를 치고 야생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텐트 생활은 큰 아이가 어릴적 몇 번 해보고는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장비도 필요하고 고생도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아이들이 해보고 싶다고 해서 진행했습니다.
교회 행사들이 모두 끝난 시점인 16일부터 17일 1박 2일을 방학 초에 잡고 몇일 전 그일을 진행했습니다.
장소는 오대산갬핑장이었습니다. 입장료 1만4천을 내고 원하는 장소에 텐트를 치면 되는 아주 저렴한 숙박이었죠
친구들 셋이 낡은 텐트를 치고 일명 자작 타프를 친구가 준비해 와서 캠프를 마련했습니다.
점심을 해 먹고 물놀이를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문제는 저녁이었습니다.
무더위가 있겠다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폭우가 쏟아진 것입니다.
주변의 텐트는 초호화 분위기였습니다. 비가 와도 아무도 요동하지 않고 저녁을 준비하고 평화를 유지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달랐습니다. 텐트 여기 저기서 비가 세고 자작 타프는 있으나 마나였습니다.
사정이 급했습니다. 비닐..... 이제 친구와 함께 비닐을 줍기 위해 나섰습니다. 철수한 사람들이 놓고 간 비닐들을 몇 장 주워와서
텐트에 덮고 자작 타프에 얹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수고한 창작품은 그야말로 대박이었습니다.
주변의 럭셔리한 분위기의 텐트촌은 우리들로 인해 난민촌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죽했으면 분명 누군가 이것을 찍어 유투브에 올렸을 것이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ㅎㅎㅎㅎ
하여간 비는 피하고 밥을 지어 먹고 수다를 떨다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하기 위해 쌀을 씻어 오다가 참행복을 발견했습니다.
럭셔리하게 캠프를 하는 사람들의 분위기 때문입니다.
하나같이 외로워 보였습니다. 그들은 고요를 즐기고 있었지만......,
활기가 하나도 없고 웃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고급 소꿉놀이 기구를 들고와서 자기만의 소꿉놀이를 즐길 뿐 제눈에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고 도리어 외로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빈민촌은 달랐습니다.
아빠들은 한 친구가 준비해 온 도끼로 비에 젖은 나무를 주워다 너구리라도 잡을 기세로 연기를 피우며 아이들을 위해 불을 지폈고
엄마들을 한 곳에 모여 전 날 못다한 수다들을 떠느라 행복해 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또 모여 머리는 뻣치고 눈에는 눈꼽이 붙은채로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두 영역(럭셔리, 빈민촌)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면서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느끼게 했습니다.
비록 가난하여 낡은 텐트, 부실한 장비로 말 그대로 90년대식 캠프를 하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귀한 친구들, 행복해 하는 자녀들, 맘 열고 말 할 수 있는 동역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 시간 이후 제 눈에는 저희 빈민촌이 천국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그렇겠죠?
한쪽에는 럭셔릴, 한쪽에는 빈민촌......,
대부분의 사람들은 럭셔리의 흉내를 내고 살지만 마음은 빈민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저희가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전 4:9)."
"어떤 친구는 형제보다 친밀하니라(잠18:24)."
저희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주의 자녀라고 칭함을 받은 사람들이 친구로 있고 심지어는 주님께서는 자신을 우리의 친구라고 내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의 친구인 예수님, 믿음의 형제, 그리고 가족이 있음으로 인해 행복해 했으면 합니다.
비록 우리의 삶이 여기 저기 비가 세고 비닐을 덮어야 겨우 살 수 있는 삶이라 해도 진정한 친구되신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 것으로 인해 참 천국이 된 것을 확인 했으면 합니다.
이런 찬양이 생각나네요.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계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