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연기대상 감?

다윗은 연기대상 감?

 

성경의 인물 중에서 요셉과 다윗처럼 파란 만장한 생을 산 사람도 없을 듯합니다. 둘 다 약속을 화려하게 받았습니다. 요셉은 부모와 형제들로부터 절 받을 꿈을 두 번이나 꾸었고 다윗은 사무엘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으며 이스라엘 왕이 될 것을 예언 받고 골리앗을 물리치면서 사람들 앞에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둘 다 젊을 시절 고난을 당합니다. 다윗은 15살에 기름 부음을 받고 얼마 후 사울에 쫓겨다는 신세가 되었고 요셉은 17살에 노예로 팔리고 보디발의 아내를 강간하려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둘 다 평안한 삶에서 갑자기 고생스런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둘 다 나이 서른에 인생 역전이 이루어지는데 요셉은 총리가 되고 다윗은 헤브론에서 왕이 됩니다.

 

이렇게 젊은 날 고생스런 삶을 살았던 두 명 중에 다윗의 고생스런 삶은 좀 더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윗은 골리앗을 물리 친후 사울에게 사랑을 받아 사울의 병기든 자로 임명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잠깐이었고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던 중 백성들의 환호로 인해 다윗은 사울의 미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라는 말입니다. 그 후 사울은 다윗을 죽이려고 여러 가지 계책을 세웠고 실행에 옮겼으나 그 때마다 하나님은 다윗의 생명을 보존시켜 주셨습니다.

 

사울의 계속되는 위협에 다윗은 도망자가 되었습니다. 놉 땅에 있던 성막에 가서 빵과 골리앗의 칼을 얻고 블레셋의 가드 땅으로 가서 가드의 왕 아기스에게 귀의하였습니다. 다윗의 생각에 블레셋에서는 자신을 환영해 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렀습니다. 가드의 왕 아기스는 다윗을 적극 환영했지만 신하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다윗은 살기 위해 들어왔던 블레셋 왕궁이 죽기 위해 제 발로 걸어들어 온 꼴이 된 것을 알았습니다.

 

이때의 다윗의 심정을 성경은 기록하고 있는데 “가드 왕 아기스를 심히 두려워하였다”(삼상21:12)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다윗은 그곳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해야 했습니다. 이 때 살기 위해서 다윗이 선택한 한 가지 행동이 있습니다. 그것은 미친 척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문짝을 손으로 긁으며 거품을 물고 침을 수염에 흘리는 행동입니다. 이에 가드 왕 아기스는 미치광이가 부족하여 또 데리고 왔느냐며 다윗을 데리고 나갈 것을 명하였습니다. 이에 다윗은 미친 척을 하며 왕궁을 나와 생명을 건졌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다윗은 미친 척을 했고 아기스는 다윗을 죽여 후한을 없애는 것이 지혜로운 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살려 보냈을까요? 그 이유는 그들의 문화에 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미친병이 든 사람의 타액이나 혈액이 묻으면 묻은 사람도 미친병이 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대문짝을 긁으며 침을 흘리는 모습으로 그들의 두려움을 자극했고 아기스는 다윗을 더 두고 볼 수도 없었고 목을 잘라 피를 흘리게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랬다가는 온 궁이 미치광이로 가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기스가 이렇게 속은 것은 다윗이 연기를 잘 했기 때문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상황이 아기스로 하여금 믿을 수밖에 없게 했습니다. 가드 왕이 다윗을 미친병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원인은 다윗이 미친 사울 옆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병기 든 자로 있었기 때문에 다윗도 그 병이 걸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다윗이 이렇게 나오면서 그 마음을 어땠을까요? 자신의 인생을 비관했을까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이라고 사무엘을 통해 기름 부으신 사건에 대해 불신이 생겼을까요? 미친척하며 생명을 부지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하나님을 원망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윗은 이 비참한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을 찬송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습니다.

 

이 곤고한 자가 부르짖으매 여호와께서 들으시고 그의 모든 환난에서 구원하셨도다

여호와의 천사가 주를 경외하는 자를 둘러 진 치고 그들을 건지시는도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너희 성도들아 여호와를 경외하라 그를 경외하는 자에게는 부족함이 없도다

(시3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