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비둘기
성경에는 우리에게 낯선 동물도 많지만 아주 친숙한 동물도 많습니다. 그 중에 가장 친숙한 동물이라면 비둘기가 아닐까싶습니다. 어릴 적 저희 집에서는 온갖 새를 키웠습니다. 아버지가 새를 좋아하셔서 서울 다녀오실 때마다 박카스 박스에 새들을 한 쌍씩 사오셨는데 아마도 제가 자란 시골에서는 저희 집보다 새를 많이 키우는 집은 없었습니다. 문조, 십자매, 잉꼬, 구관조 등의 작은 새들을 길렀습니다. 그리고 친구 집에서 얻어 온 비둘기도 키웠고 마당에서는 닭들이 자랐습니다. 새장을 달아주고 나무로 새집을 지어 넣어주며 모이도 주었는데 이는 모두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제일하기 싫었던 일은 새똥을 치우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비둘기는 똥을 많이 싸고 주변을 오염시키는 주범이었습니다. 그래서 비둘기는 오래 키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비둘기는 유해조수로 분류되었습니다. 비둘기 배설물로 인한 건물훼손, 전염병 유발, 악취, 깃털날림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움을 받는 비둘기가 성경에서는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요? 성경에서 비둘기는 여러 가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먼저는 사랑스러움을 상징합니다. 특별히 솔로몬의 노래인 아가서에서 많이 언급했습니다. 솔로몬은 자신의 사랑 술람미를 가리켜 “나의 비둘기”(아2:4, 5:2, 6:9)라고 했고 그의 눈을 가리켜 “네 눈이 비둘기 같구나”(아1:15, 4:1, 5:12)라고 하여 자신의 사랑인 술람미를 비둘기에 비유했습니다. 솔로몬이 비둘기를 자신이 사랑하는 술람미에 비유한 것은 하얀 비둘기와 그 붉은 색 눈 때문이었다고 보여 집니다. 또한 일부사람들은 비둘기가 암수가 서로 부리를 맞추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동방세계에서는 사랑의 여신의 상징이 온통 비둘기가 되었습니다. 비둘기의 첫 번째 상징성이 사랑스러움이라면 두 번째 상징성은 슬픔입니다. 선지자들이 주로 사용한 상징성입니다. 선지자들은 이스라엘이 심판을 받을 때 그들이 슬픔에 잠겨 울 것을 말했는데 그 때 사용한 동물이 비둘기였습니다. 그래서 이사야와 에스겔은 “비둘기 같이 슬피 울며”(사38:14, 59:11, 겔7:16)라고 하였고 나훔은 니느웨가 심판을 받아 망하게 되었을 때 그들이 끌려가면서 우는 모습을 말할 때 “가슴을 치며 비둘기 같이 슬피 우는도다”(나2:7)라고 하였습니다. 선지자들이 비둘기를 슬픔의 상징으로 사용한 이유는 비둘기가 구구거리며 우는 소리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비둘기의 상징성은 성령입니다. 사복음서는 모두 예수님의 세례 장면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때 예수님에게 임했던 성령에 대해 네 명의 복음서 저자들은 동일하게 “성령이 비둘기 같이”(마3:16, 막1:10, 눅3:22, 요1:32)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는 “순결”을 상징했습니다. 마태복음 10장 16절은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비둘기는 긍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아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리석음”입니다. 그 동안 언급했던 모든 상징성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상징성이 어리석음입니다. 호세아서 7장 11절에서 “에브라임은 어리석은 비둘기 같이 지혜가 없어서 애굽을 향하여 부르짖으며 앗수르로 가는도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비둘기에 대해 어리석다고 말한 것은 비둘기의 회기본능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면 비둘기를 통해 편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면을 보면서 어릴 적에는 비둘기가 양쪽을 오가며 편지를 전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비둘기는 그렇게 똑똑하지 않습니다. 비둘기는 본능에 의해 자신의 집을 찾아오기에 양쪽이 편지를 주고받으려면 미리 상대편 지역에서 비둘기를 가져다 놓았다가 편지를 보내야 할 때 편지받을 곳에서 가져온 비둘기의 발에 묶어 날려 보내야 했던 것입니다. 비둘기의 이런 성향이 처음 성경에 기록된 것은 노아 홍수 때에 마른땅을 찾으려고 날려 보내면서입니다.(창:8-12)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집을 찾는 본능을 어리석다고 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섬기며 살아야 할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꾸만 애굽과 앗수르로 갔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애굽과 앗수르는 하나님 아닌 다른 것들을 의지하는 모습을 나타낸 말입니다. 지금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어리석은 비둘기 같아서 예수님의 보혈의 은혜로 세상에서 구속함을 받아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음에도 세상의 쾌락과 명예와 성공을 생각하며 자주 그것들을 향해 날아가는 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가리켜 어리석은 비둘기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고대 근동에서 비둘기는 음욕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끊임없이 구구거리고 서로 부리로 쪼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둘기는 색욕과 정결이라는 이중의 상징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고대 사람들은 비둘기를 숭배하기도 했습니다. 수메르인에게 비둘기는 신의 사자였고 그리스 로마에서는 사랑, 생명,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이었으며 중국에서도 비둘기는 장수, 신의, 질서, 효행의 상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