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지 말라고?
동방예의지국의 한 사람으로서 인사하지 말라고 하는 말은 아주 어색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인사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경에 인사하지 말라고 가르친 곳이 두 곳이나 있습니다. 한 곳은 열왕기하 4장 13절 말씀으로 엘리사가 게하시에게 수넴 여인의 죽은 아들을 살리라고 자신의 지팡이를 들려 보낼 때 길에서 누굴 만나든지 인사하지 말고 누군가 인사하더라도 대답하지 말라고 한 것이고 또 하나는 누가복음 10장 4절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송하시면서 길에서 아무에게도 문안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곳입니다. 왜 엘리사도 예수님도 그의 제자들에게 길에서 인사하지 말라고 한 것일까요? 인사가 죄일까요? 사람에게 절하면 우상숭배라도 되기 때문일까요? 왜 인사하지 말라고 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그들의 인사 문화 때문입니다.
그들의 인사는 바쁜 현대인들처럼 길을 지나다가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며 고개를 숙이는 정도의 인사가 아니었습니다. 유대인들의 인사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유대인들은 길을 지나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달려가 목을 안고 양쪽 볼에 입을 맞추며 “샬롬 샬롬”을 외쳤습니다. 그런 후에는 서로 오른 손을 가슴에 대고 그 손을 입에 갖다 댔습니다. 그런 후에 오른 손을 이마까지 올리고 서로 손을 움켜잡고 높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손을 가슴에 대는 것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이고 손을 입에 갖다 댄다는 것은 우정의 키스를 나누고 싶다는 의미이며 손을 이마까지 올리는 것은 존경과 경의를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의식을 치른 후에 서로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사업은 잘 되는지, 가족들은 평안한지, 아픈 데는 없는지......, 이렇게 한참을 한 뒤에 다시 양팔로 껴안고 서로에게 샬롬의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30분정도를 소모했고 이러한 인사의 많은 부분은 형식적인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과 엘리사가 제자들에게 길에서 인사하지 말라고 한 것은 인사가 형식적인 것이기에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아주 중요한 의미는 그들이 해야 할 일의 긴박성 때문이었습니다. 엘리사가 게하시에게 시킨 일은 수넴여인의 아들을 살리는 것이었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송하신 것은 영혼을 구원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길에서 인사하지 말라고 한 말의 의미는 영혼을 살리는 일이 아주 긴박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서로의 문안도 포기할 정도로 분초를 다투는 일이라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주님과 엘리사가 길에서 제자들에게 인사하지 말라고 한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유효한 말씀인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이미 죽어있는 많은 사람들을 향해 파송 받은 성도들은 세상살이에 얽매여서 성도의 본분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영혼구원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직 믿음이 훌륭한 성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뒤로 미룰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읽는 동안에도 복음을 듣지 못하고 죽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생명의 복음을 전하여 살릴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이 마지막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긴박감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귀에 들리지 않습니까?
“사람을 만나거든 인사하지 말며 사람이 네게 인사할지라도 대답하지 말라”
Peter Paul Rubens (1577–1640) 야곱과 에서의 화해